항목 ID | GC022029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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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奇巖怪石-屛風-鎭海長福山山地景觀 |
분야 | 지리/자연 지리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상남도 창원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성환 |
[정의]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산지 경관.
[개설]
창원시 진해구는 해안에서 북쪽으로 산지를 바라보면 좌측으로 산성산·장복산·웅산·시루봉·천자봉으로 이어지는 산지가 병풍처럼 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다. 진해구를 둘러싼 산지 경관은 각종 지도 자료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 가능하며, 특히 항공 사진이나 인공 위성 영상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산지 경관은 지금으로부터 수천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이루어진 화산 활동과 관련이 깊으며 지질학적으로는 환상 구조(環狀構造)라 부른다.
[장복산(진해-마산-창원) 환상 구조와 산지의 형성]
창원시 진해구의 산지 경관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화산 함몰체, 즉 콜드론(cauldron)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콜드론은 화산의 함몰 구조에 대한 포괄적인 용어로 형태, 규모, 침식의 심도, 지표면과의 연계에 관계없이 침강한 화산의 구조를 가리킨다. 화산 분출로 인해 다량의 용암이 빠져나가 지하에 생긴 빈 공간[마그마 챔버] 속으로 환상[고리 모양]으로 파열된 급경사면을 따라 원통형 지괴가 함몰해서 생긴 구조이다. 흔히 환상 암맥을 수반한다. 콜드론은 이러한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을 가리키기도 한다.
창원시 진해구의 동진 중학교 교가에는 “장복산 병풍 둘러 금빛 노을 수를 놓고”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렇듯 바다 쪽을 제외하고는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지 경관을 마주할 수 있다.
진해구의 산지 경관은 서쪽의 산성산으로부터 시작되어 장복산·웅산·시루봉·천자봉으로 이어지며, 지질학적으로 전형적인 고리 모양의 환상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환상 구조는 화산 분출 과정에서 이루어진 화산 구조의 붕괴에 의하여 형성된 원형의 함몰 지형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화산 지역에서 확인되는 원형 지형인 분화구는 화산의 직접적인 분출로 생기는 것인 반면, 함몰에 의한 환상 구조는 분화구 지형에 비해 규모가 비교적 크게 나타난다.
진해구 지역은 지질 시대로 볼 때 중생대에 형성된 경상 누층군의 진동층에 속하는 퇴적암의 기저로, 강력한 화산 폭발에 의한 화산 쇄설물과 이들 사이로 분출한 용암층이 협재하여 나타나고 있다. 창원시 진해구는 수천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진행된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장복산을 중심으로 웅산·시루봉·천자봉으로 이어지는 환상 구조의 분지 지형을 이루고 있다.
진해구의 산지에 나타나는 봉우리들은 화산 분출로 인해 다량의 용암이 빠져나가 지하에 생긴 빈 공간이 그 위에 놓인 암석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여 원형으로 무너져 함몰된 후, 이 과정에서 생긴 틈을 따라 올라온 용암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암괴석의 봉우리들]
진해구의 산지는 전체적으로 환상 구조의 경관적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항공 사진이나 인공 위성 영상을 통해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환상 구조를 나타내는 창원시 진해구의 봉우리들은 저마다의 경관적 특징을 나타낸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각 봉우리들이 나타내는 개별적인 경관적 특징은 실제 산행을 통해 근접하여 관찰할 경우 명확한 확인이 가능하며, 시가지에서는 한눈에 비교 관찰하기가 곤란한 측면이 있다. 시루봉을 중심으로 서쪽으로 장복산, 동쪽과 남쪽으로 천자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부는 진해구 주민을 포함한 많은 산행객에게 인기 있는 등산로이다.
1. 시루봉
진해구 시가지에서 육안으로 바라보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봉우리가 바로 시루봉이다. 특히 시루봉이 위치한 정상 부근에는 대한민국 해병대에서 흰색으로 색칠한 돌들을 쌓아 “해, 병, 혼”이라는 글자를 형상화해 두어서 더욱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시루봉은 해발 고도 653m로 창원시 진해구를 둘러싼 산지의 최고 봉우리에 해당한다. 시루봉은 조선 시대 웅천현이 있었던 현재의 진해구 성내동과 남문동 일원 지역의 진산에 해당하는 웅산에 솟아있는 기암괴석 봉우리이다. 바위의 높이는 10m, 둘레는 50m 정도에 이른다. 시루봉은 떡을 빚을 때 쓰는 시루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시루봉이라 불리지만 본래의 명칭은 ‘곰메 바위’이다. 이 바위는 곰메 바위·곰실 바위·곰 바위 등 여러 가지로 불리며 한자로는 웅산암(熊山巖)으로 차자 표기하고 줄여서 웅암(熊巖)으로도 표기한다.
시루봉은 전체 산지의 능선부에 우뚝 솟은 모양새도 특이하거니와 바위에서 확인되는 지질학적 특성 또한 주변의 다른 봉우리와는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 주변의 다른 봉우리들은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바위나 암체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확인되는 기둥 모양으로 쪼개진 형태, 즉 주상 절리(柱狀節理)를 이룬다. 그렇지만 시루봉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주상 절리가 나타나지 않고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암체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가로 방향으로 줄무늬를 새기듯 갈라진 틈, 즉 수평 절리와 유사한 형태의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화산암 계통의 지질로 이루어진 바위에서는 특이한 구조에 해당한다.
시루봉은 화산암 계열의 안산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다량이 용암이 분출하여 흘러나오는 과정에서 냉각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의 거대한 바위로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땅속 깊은 곳에서 용암이 냉각되어 거대한 화강암 암체가 만들어진다면 지표면으로 분출한 용암도 급격히 냉각되면서 거대한 암체를 형성하는데 두 과정에서 모두 암체의 중심부로부터 바깥쪽으로 갈수록 암석 내부의 균열로 갈라진 틈, 즉 절리가 형성된다. 이러한 절리는 일단 암체가 형성된 후, 암석이 지표면에서 풍화 작용을 받을 경우 비교적 쉽게 제거되는 부분에 해당한다. 따라서 시루봉도 이와 같이 중심부의 암체는 남고 주변부의 절리가 다수 생성된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과정에서 현재의 모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루봉은 웅신현 시절인 신라 시대부터 명산(名山)으로 이름이 나서 나라에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비는 소사(小祀)를 지냈던 곳이다. 조선 시대 말에 명성황후는 순종을 낳은 뒤 세자의 무병장수를 비는 백일기도를 이 곳 ‘웅암’에서도 행했다고 한다. 정상에서는 창원시 진해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며 멀리 진해만의 바다를 함께 볼 수 있어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가을에는 잔잔한 억새와 창원시 진해구목인 상록수와 편백나무의 군락이 볼만하다.
2. 장복산
장복산은 진해구 주위에 병풍을 두른 듯한 지세를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근간을 이루는 장복산 줄기, 즉 장복 산맥의 주봉에 해당한다. 장복산은 해발 고도 582m로 예로부터 병주(屛州)라 불리기도 하였다.
장복 산맥은 동서 방향으로 길게 이어져 있어 과거 통합 창원시가 출범하기 이전의 창원시와 진해 지역, 그리고 마산 지역을 구분하는 경계가 되었다. 장복 산맥을 따라 이어진 능선부에서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은 부분은 과거 진해 지역과 창원·마산을 연결하는 주요 고개를 이루었다. 현재 지도상에 마지령으로 표기되고 있는 매락재는 등네 고개와 함께 창원을 거쳐 마산으로 이어지는 고개였고, 안민 고개는 창원시 안민동을 오가는 교통로 역할을 하였다.
장복 산맥에 형성된 이들 고개는 산지 너머의 지역으로 이동하는 통행로 역할을 하고, 동시에 장복 산맥을 다른 산지 능선부와 구분 짓는 경계부가 되기도 한다. 안민 고개를 경계로 동쪽으로 시루봉과 천자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부가 나뉘고, 매락재를 경계로 고산 능선부와 나뉜다. 고산은 일제 강점기 산성산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조선 시대 왜구에 대비하여 쌓은 산성과 봉수대가 있다.
장복산 주능선의 정상은 화산암 계열의 암석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독특한 경관을 자아내고 있다. 장복산 꼭대기의 바위를 ‘덕주 바위’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김덕주[또는 김덕조]’라는 사람이 이곳에서 바위에 덧대어 방을 만들어 기거하였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장복산의 정상에 오르면 진해만이 품고 있는 남해 바다의 거제도·잠도·저도·삼섬·가덕도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장복산 정상 부근에는 ‘장복산 동혈’이라고 하는 굴이 있어 기암괴석으로 이어진 진해구 산지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3. 천자봉
천자봉은 진해구의 북쪽에 위치한 불모산에서 시루봉[웅산]과 태산을 연결하는 산지가 남서쪽으로 휘어 천자봉을 지나 웅천만까지 이어지는 능선부의 대표적인 봉우리이다. 천자봉은 해발 고도 510m로 최근에 조성된 진해 드림 파크, 진해만 생태 숲, 천자봉 산림 욕장의 동쪽 배후에 위치한다. 천자봉의 서쪽은 진해만에 인접하여 바다와 천자봉 사이에 풍호동이 있고 남동쪽은 웅천동이 자리 잡고 있다.
천자봉은 시가지에서 바라볼 때에는 뾰족하게 돌출한 암체로 이루어진 봉우리로 보이지만, 가까이 접근하여 확인하면 암체에 특이한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화산 활동에 의한 주상 절리이다. 이 암체는 지표면에서 오랜 세월 풍화작용을 강하게 받아 기반암이 돌출 형태로 노출된 첨봉으로 치밀한 절리에 의해 흡사 성채와도 같은 경관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