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60004681 |
---|---|
한자 | 樓亭文學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광주광역시 |
시대 | 조선/조선 |
집필자 | 박세인 |
[정의]
조선시대 전라도 광주 지역에 있는 누정을 대상으로 창작한 문학작품.
[개설]
전라도 광주 지역은 고려 말엽부터 누정이 등장하고 있다. 누정은 누각(樓閣)과 정자(亭子)의 약칭이다. 누정은 집이기는 하지만 일상적 주거지가 아닌, 특별한 별서(別墅) 공간이다. 누정이라고 부르는 건축물은 그 이름 끝에 누(樓)·대(臺)·각(閣)·정(亭)·당(堂)·헌(軒)·재(齋)·암(菴)·정사(精舍) 등을 붙여 다양한 명칭으로 부른다. 이 중 대·헌·재·암·정사로 명명된 건축물은 대체로 집안의 별당, 서재나 재실 등 주거의 성격이 강한 공간이어서 순수한 누정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대의 경우는 주변을 관망하기 좋은 돈대(墩臺)를 가리키는 말로, 그곳에 누정의 실재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별서 공간으로서의 순수한 누정 기능을 하는 건축물은 누·각·정·당 정도이다. 전통 시대에는 누·각·정·당과 같은 누정 공간에서 시문 제작, 강학, 접객(接客), 회합, 휴식 등 다채로운 문화 활동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누정제영(樓亭題詠)이나 누정기(樓亭記)와 같은 누정문학이 형성되었다. 광주 지역에 소재한 누·각·정·당 중 누정문학이 전해지고 있는 곳은 59개소이다. 이 중 임진왜란 이전에 창건된 조선 전기 누정이 10개소, 조선 후기부터 근대 시기에 창건된 누정이 49개소이다.
[누정문학의 형성]
누정은 건립하고 경영하는 주인의 신분에 따라 관가(官家)의 누정인 공루(公樓)와 사가(私家)의 누정인 사루(私樓)로 나눌 수 있으며, 누정 주인의 생활 이념에 따라 불가(佛家) 누정과 유가(儒家) 누정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 궁궐, 관청, 서원, 사찰 등에 딸린 누정이 공루이고, 민간에서 개인이나 마을 또는 문중이 중심이 되어 지은 것이 사루이다. 지금은 전하지 않으나 고려 말 광주목사(光州牧使) 김상(金賞)이 세웠다는 석서정(石犀亭)이 바로 공루 성격의 누정이다. 16세기 조선 중기에 이르러 누정 건립이 본격화되는데, 공루에 비해 사루 건립이 현저히 많다. 이에 따라 전라도 광주 지역에 현존하는 누정은 16세기 이후 창설된 사루가 대부분이며, 대체로 유교 이념을 추구하는 사대부들이 누정을 경영하였다.
사대부 사족의 누정 건립이 성행하면서 누정 주인과 개인적 인연이나 친분이 있는 문인들이 반복하여 누정을 방문하면서 문인들을 중심으로 일종의 문학 동호회가 조성된다. 즉, 광주 및 인근 지역 문인들이 누정을 문예적 교류의 주요 공간으로 삼아, 누정시나 누정기와 같은 누정문학을 제작하며 집단적인 문학활동을 전개한 것이다. 이러한 누정문학 작품들은 판각되어 누정에 걸리기도 하고, 창작자의 개인 문집에만 실리기도 하였다. 광주 지역에서 16~17세기에 지어진 누정 중 대표적인 곳은 환벽당(環碧堂), 풍영정(風詠亭), 풍암정(楓岩亭) 등이 있는데 이들은 이러한 누정문학의 존재 양식을 잘 보여준다. 많은 시인 묵객(墨客)들이 누정을 출입하면서 지은 다채로운 누정문학 작품이 누정 경내 현판이나 문집 등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누정문학의 주요 유형]
누정문학 중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누정제영(樓亭題詠)이다. 누정을 대상으로 창작된 시들은 일반적으로 해당 누정의 당호나 주변의 경관을 제명(題名)으로 삼아 지어졌으며, 동일한 제명을 활용하여 집단적이거나 지속적인 창작이 이루어질 때는 원운(原韻)과 차운(次韻) 형태를 띈 것이 일반적인 관습이다. 이러한 관습 아래 제작된 일군의 누정시를 '누정제영'이라고 한다. 누정제영은 연의 구성 형태에 따라 단작 제영과 연작 제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단작 제영은 하나의 연이 한 편의 시 작품을 이루는 것이며, 연작 제영은 여러 연이 모여 한 편의 시 작품을 만든다.
단작 제영 작품으로 임억령(林億齡)이 지은 칠언절구의 「환벽당(環碧堂)」, 같은 제명으로 김인후(金麟厚)가 지은 칠언율시의 「환벽당」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단작 제영은 누정에서 느껴지는 순간적인 소회를 읊은 것이 많다. 기대승의 「차환벽당송판부운(次環碧堂宋判府韻)」은 송순(宋純)의 원운을 차운한 단작 제영으로, 환벽당의 승경에 대한 감상과 송순에 대한 존숭(尊崇)의 마음이 드러난다. 차운시에는 기대승의 시처럼 원운의 작가를 예찬하는 내용이 담기기도 한다.
연작 제영은 제재로 삼은 경관의 성격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시가(四時詞)'라는 제명을 가진 사시가형 연작 제영, '~구곡(九曲)'이라는 제명을 가진 구곡가형 연작 제영, '~영(詠)'이나 '~경(景)'이라는 제명을 가진 팔경가형(八景歌型) 연작 제영이 그것이다. 이 중 팔경가형 연작 제영이 가장 많이 창작되었는데, 특정 장소에 팔경을 설정하고 각각의 경관을 지시하는 소제목을 수반하는 특징이 있다. 8영을 기본으로 하지만, 12·16·18·20영 등 형태가 변형되기도 한다. 풍영정에 대한 제영이라 할 수 있는 「칠계십영(漆溪十詠)」은 팔경가형 연작 제영의 구성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칠계십영(漆溪十詠)」은 선창범주(仙滄泛舟), 현봉요월(懸峯邀月), 서석청운(瑞石晴雲), 금성제설(錦城霽雪), 월출묘애(月岀杳靄), 나산촌점(羅山村店), 양평다가(楊坪多稼), 유시장림(柳市長林), 수교심춘(繡郊尋春), 원탄조어(院灘釣魚) 등 풍영정 주변 10경을 소제목으로 삼고 있다.
누정문학의 또 다른 유형으로 누정기가 있다. 누정기는 일반적으로 누정의 건립과 주위 경관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문학이다. 조선 중기 이후 개인이 누정을 짓는 일이 확산되면서 누정기 창작 또한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누정기에는 누정 창설 당시의 기록을 포함하여, 누정의 중수(重修)나 이건(移建)에 따른 중수기나 이건기 등이 있다. 광주 지역에서도 「풍암정기」, 「연파정기(蓮坡亭記)」, 「양과동정중수기(良苽洞亭重修記)」, 「낙암이건기(樂庵移建記)」 등 다양한 누정기가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