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4022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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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處女-受胎-靈魂 |
영어의미역 | Spirit That Had a Virgin Pregnant; A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상남도 진주시 명석면 신기리 솔기마을 |
집필자 | 정규식 |
[정의]
경상남도 진주시 명석면 신기리 솔기마을에서 전승되는 무덤에 있던 정승 아들의 영혼이 처녀를 수태시켜 아들을 낳았다는 설화.
[개설]
처녀에게 수태시킨 영혼 설화는 귀신이나 도깨비, 요괴 등이 등장하는 공상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신이담(神異談)이다. 흔히 귀신과 관련한 이야기라 하면 원귀 설화를 떠올리지만 그 이외에도 참으로 많은 유형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처녀에게 수태시킨 영혼 설화와 같이 귀신과 사람이 혼인해 아이를 낳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는 이물교혼설화(異物交婚說話)라 하는데, 그 연원은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실린 제25대 사륜왕 때의 「도화녀 비형랑 조(條)」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귀신과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은 귀신이나 도깨비와 소통할 수 있는 신이한 능력을 가지거나 남보다 뛰어난 힘과 지혜를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처녀에게 수태시킨 영혼 설화에서도 태어난 아이는 자라서 큰 인물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물교혼을 통해 태어난 아이라는 소재는 초월적 능력을 가진 장군이나 영웅적 인물의 탄생 다음에 많이 등장한다. 또 이렇게 태어난 아이는 비범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써 자신의 능력으로 몇 가지 어려움을 해결하고, 민중들에게 구원자로 존재하는 인물이 되므로 설화 향유층에게 환영받는 소재였다.
[채록/수집상황]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8-4의 채록 자료는 1980년 8월 6일에 조사자 정상박, 성재옥, 김현수가 경상남도 진양군 명석면 신기리 솔기마을에서 채록하였다. 제보자 주덕수는 60세의 남성으로서 조사자가 대접한 술이 좀 과해서 손바닥으로 마루를 치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구연을 했는데, 이야기 내용이 많이 생략된 것 같았다.
[내용]
어느 고을의 원이 군수가 되어 이사를 나오게 되었는데, 이사를 가던 도중에 경치가 좋은 데서 쉬어가게 되었다. 쉬고 있던 도중 갑자기 딸이 배가 아프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하룻밤을 그곳에서 보내자 다음날 딸의 배가 나았는데, 딸은 풍금 부채를 들고 나왔다. 이사할 고을에 도착하여 잔치를 벌였는데, 그때 마침 같은 고을에 살던 이정승도 잔치에 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처녀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처녀는 아들을 낳았는데, 이사 도중 쉬어갔던 곳에는 이정승 아들의 묘가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같은 고을 이정승의 집에서 잔치가 열리자 고을 원은 외손자에게 부채를 들려 이정승 집으로 갔다. 이정승 집의 종이 부채를 알아보고, 이정승과 합석하게 되었다. 부채를 알아본 정승은 연유를 물어보고는 아이를 손자로 인정하고, 사돈으로 대했다. 그리고 아이는 자라서 큰 인물이 되었다.
[의의와 평가]
처녀에게 수태시킨 영혼 설화는 귀신이 등장하는 비현실적인 신이담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손을 남겨 대를 이어야 한다는 당대 사람들의 인식이 중심이 된다. 초자연적인 시공간과 연결되어 있는 죽음은 인간 본연의 욕망을 추구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일반적인 이물교혼 설화의 내용은 아이를 낳게 만든 이물(異物)의 정체를 밝히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정승은 죽은 자식이 어떻게 처녀와 결합할 수 있었는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우리가 귀신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원령(怨靈)과 같은 귀신 그 자체가 아니고, 이야기에 투영된 살아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이다. 비현실적이고 초월적인 방식을 통해서라도 실현되어야 하는 자연스러운 인간 본성에 대한 지역민의 긍정적 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