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4023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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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미역 | Dancing Scarecrow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상남도 진주시 |
집필자 | 정규식 |
[정의]
경상남도 진주시 문산읍 이곡리 어수마을의 조판서의 무덤에 얽힌 풍수 설화.
[개설]
풍수 설화는 풍수설 또는 풍수 관념을 바탕으로 삶의 한 면을 이야기하는 설화이다. 풍수 설화는 일종의 신앙 가치담인 ‘명당, 절맥, 방진, 왕도 예언, 명풍수’ 이야기를 비롯하여 가짜 풍수가 나타나는 사기담까지 포함하고 있는 큰 이야기군이다.
풍수 설화를 유형별로 분류할 때 하나의 유형이 되는 것이 혈형(穴形)이다. 이것은 명당의 형상을 따지는 지형상의 기준에 따라 나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는 혈형만으로 설화가 이루어진 예가 드물고 또 혈형을 기준으로 나눌 때 세부적인 하위 유형이 너무 많아 분류의 의미도 없을 뿐만 아니라 현실과도 맞지 않는 기준이 되어 크게 다루지 않는다.
주제에 따라 유형화된 풍수 설화를 살피면 여러 가지 있지만 본 설화에 해당하는 것은 명당 탈취형이다. 명당 탈취형은 다시 세분하면 운명형과 명풍수형, 기타형이 있는데, 명풍수형 중에서도 보복담이 본 설화의 구조와 일치하는 것이다.
[내용]
옛날에 판서 벼슬을 한 조씨가 있었다. 하루는 사랑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어떤 늙은 스님이 찾아 와 시주를 받으려고 염불을 하였다. 한참 단잠에 들어 있던 조판서는 이 소리에 그만 잠이 달아나 버렸다.
조판서는 하인을 불러 그 동냥중을 당장 내쫓으라고 호령하였다. 늙은 스님은 힘센 하인에게 멱살이 잡혀 대문 밖으로 개처럼 끌려 나갔다. 그러나 쫓겨난 스님은 다시 들어와 또 염불을 하였다. 참지 못한 조판서는 하인에게 죽도록 매질을 하게 했다. 늙은 스님은 겨우 몸을 추슬러 마을을 떠났다.
그 뒤 조판서가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늙은 스님이 마을로 다시 찾아왔다. 귀봉산에 올라보니, 조판서가 묻힌 자리가 천하의 명당이었다. 호수를 가운데 두고 있는 묏자리가 지네혈인데, 건너편 소음 마을 쪽 산이 닭혈이고, 그 오른편 동물마을 쪽에 있는 산이 삵갱이혈이었다. 그런데 그 중간에 넓은 호수가 걸림돌처럼 가운데 놓여서 닭이 지네를 잡아먹을 수 없고, 닭이 움직이지 않으니 삵갱이가 닭을 잡아먹을 수 없도록 절묘한 균형을 이룬 천하의 명당 자리였다.
늙은 스님은 조판서에게 당한 수모를 잊지 못해 호수 한 가운데 돌을 던지면 춤을 추는 신기한 허수아비를 세워 놓았다. 호수 한 가운데 서 있는 이상한 허수아비를 본 사람들은 허수아비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기 위해 돌을 집어던지기 시작했는데, 동네 아이들도 몰려나와 너도나도 호수에 돌을 던졌다.
그렇게 던져진 돌이 차츰 넓은 호수를 메우게 되었다. 넓은 호수가 마침내 다 메워져 평지처럼 되자 천하의 명당자리도 그 힘을 잃었다. 닭혈의 닭이 지네를 잡아먹게 되고 닭이 움직이니 삶갱이가 날뛰는 형국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그 뒤로 조판서의 가문은 더 이상 번창하지 못하고 완전히 몰락하게 되었다.
[의의와 평가]
설화에서 풍수는 단순히 풍수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사건의 전개와 핵심적인 관련을 맺으면서 나타난다. 한편 풍수가 설화의 전개에 단편적인 삽화로 등장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풍수가 보복의 기재로 삽입되었으나 풍수를 단순히 언급한 것이 아니라 혈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이 논리적인 관계를 맺어 흥미와 지적 만족을 함께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