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4024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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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避難之地-下洞長 |
영어의미역 | Tale of Hadongjang; The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상남도 진주시 미천면 오방리 상촌마을 |
집필자 | 정규식 |
[정의]
경상남도 진주시 미천면 오방리 상촌마을에서 전승되는 선생에게 피난지지(避難之地)를 찾아준 하동장에 관한 설화.
[개설]
피난지지를 아는 하동장 설화는 후반부가 성씨 시조 신화의 형태를 띠지만 기본적으로는 민담에 속하는 이야기로 신이담(神異談)에 해당한다. 신이담은 의도적인 허구이니만큼 사건이 전개되는 시간이나 공간도 제한이 없거나 막연하며, 이는 피난지지를 아는 하동장 설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또한 신이담에서는 흔히 초월적인 영웅이나 귀신, 도깨비 따위들이 등장하여 변신을 행하고 요술을 보여준다. 피난지지를 아는 하동장 설화는 이인설화(異人說話)로도 볼 수 있는데, 이인은 비범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써 자신의 능력으로 몇 가지 어려움을 해결하고, 민중들에게 구원자로 존재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채록/수집상황]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8-4의 채록 자료는 1980년 8월 4일에 조사자 류종목, 빈재황이 경상남도 진양군 미천면 오방리 상촌마을에서 채록하였다. 제보자 김시원은 75세의 남성이다.
[내용]
어떤 선생이 주산 놓기와 육갑을 짚어 모든 것을 알았지만 피난지지를 몰랐다. 어느날 식모가 피난지지를 알려면 마을 하동장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선생은 의심스러웠지만 마을 하동장을 찾아 피난지지를 물어보았다. 하동장은 자기가 피난 가자고 할 때 가야 한다는 말만 하고 가버렸다. 난리가 나자 피난을 가려고, 식구들을 모아 보니 손자의 관상이 살아날 상이었다. 선생이 손자를 데리고 피난을 가려는데, 마을 하동장이 와서 피난을 떠나자고 했다. 하동장은 선생의 몸에 명주로 손자를 묶게 하고, 자신의 뒤만 그대로 따라오라고 했다. 축지법을 하는 하동장의 뒤를 따라가다 보니 골짜기 밑으로 빈 집이 보였는데, 그 곳이 피난지지였다. 그 집에 들어가 보니 먼저 와 있던 식모가 있었다. 얼마 후 전쟁이 끝나고, 하동장이 돌아가자고 했다. 선생이 하동장에게 함께 돌아가자고 하자, 하동장은 혼자 가서 양반이 되어보겠다고 했다. 하동장은 또 선생에게 의령 우무실로 가라고 하고는 식모를 손자며느리 삼으라고 했다.
하동장은 진주로 가서 양반이 되었고, 선생은 하동장의 말대로 식모를 손자며느리 삼았는데, 식모가 낳은 아이가 바로 의령 우무실 강씨이다.
[의의와 평가]
이인설화(異人說話)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데, 대개는 피난지지를 아는 하동장 설화의 식모와 하동장처럼 숨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보통 사람과 다른 특별한 재주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재주를 잠깐 보여 줄 뿐 자신의 존재는 거의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전쟁과 같은 큰 변화로 세계의 질서가 흔들릴 때도 이인은 표면으로 나서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는다. 기존의 질서를 한번쯤 바꾸어 놓으려는 영웅과 달리 이인은 존재하고 있는 질서의 변화에는 별 관심이 없다. 다만 이면에 숨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의 일부분으로 세계의 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데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성과 세계의 질서를 유지한다는 것은 동일한 의미로 파악된다. 설화를 전승하는 대다수의 민중들은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사실상 세계를 유지하는 주체이다. 피난지지를 아는 하동장 설화에 등장하는 선생은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자부하는 식자층, 즉 지배층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비범한 능력을 가진 이인이 드러내지 않으며, 존재한다는 것은 지배층으로 하여금 늘 긴장하도록 한다. 또한 이인은 민중들이 가진 잠재력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힘을 가진 인물이 늘 자신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민중들에게 현실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한다. 동시에 이인의 익명성은 삶의 터전인 일상의 유지라는 전승자들의 현실 인식을 잘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