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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전하는 서도 이야기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3B020405
지역 전라남도 여수시 삼산면 서도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병호

가장 안전한 바람은 북풍(높하늬바람)으로서, 하늬바람이나 높하늬바람이 불면 지금 당장 파도가 치고 있어도 운항이 안전하다고 할 만큼 북풍은 섬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바람이다. 이에 반해 가장 두려워하고 꺼리는 바람은 마파람과 서마바람이다. 여름철 남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이들 바람은 높은 습도를 품고 있어 조업에 나가지 않더라도 끈적끈적하게 불어오는 더운 바람을 싫어한다.

다음은 일기를 예측하는 섬사람들의 지혜이다. 먼저 바람에 관한 것은 다음과 같다.

·밑뉘(바다 표면은 잔잔하지만 속을 뒤집는 파도)가 일면 태풍이 남쪽 먼 바다에서 오고 있다.

·북풍이 불면 파도가 가라앉는다.

·서마바람이 불면 파도가 높아진다.

·북서풍이 불면 가장 안전하다.

·동남풍이 불면 주의해야 한다. 태풍이 오거나 비가 잘 온다.

·갈바람, 하늬바람, 높하늬바람이 불면 안전하다.

·9, 10월 늦토지(갑자기 부는 돌풍 현상)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갈바람은 고향의 바람이다.(가장 서늘한 바람이다)

다음의 해와 구름에 관한 것은 아래와 같다.

·구름이 조용하면 안전하다. 날씨가 좋다.

·구름이 돌면서 떨어져 흘러가면 큰 바람이 분다.

·검은 구름의 끝이 붉게 비치면 큰 바람이 분다.

·여름철 해질 무렵에 해가 붉으면 2~3일 후 비가 온다.

·가을철 해질 무렵에 해가 붉으면 날이 좋다.

·서쪽 북새는 바람이 분다.(저녁)

·동쪽 북새는 비가 온다.(아침)

·용구름이 생기면 태풍이 분다.

기타 동물에 관한 것은 다음과 같다.

·강구(바닷가에 서식하는 벌레의 일종)가 민가 가까이 오면 나불이(파도)가 있다.

·돼지가 지푸라기를 물어다 구석에 쌓으면 비가 온다.

·쥐가 배에서 내리면 사고가 난다. 바람이 불어 고생한다.

그 외 6월의 신마(계절풍이 오래 부는 것)와 관계된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남풍은 마흔 닷새 하루아침을 분다.(그만큼 길다는 뜻)

·서낭이 울면 태풍이 온다.

·무노리(바닷물이 노는 현상)가 있으면 바람이 있다.

·(거문도 내해에) 파도가 부딪치면 큰 바람이 생긴다.

·등대산(지명)에 구름이 끼어 비올 것처럼 보일 때가 있지만 이 현상은 안전하다.

이러한 일기점 속에는 함축된 민속 지식이 존재한다. 특히 6월 신마가 나타나면 파도 때문에 늦은 미역 채취가 어렵고 남쪽에서 회유하는 날치가 많이 잡힌다.

또 이와 관련해서 서도마을에서는 다음과 같은 속담격의 표현도 일컬어진다.

·아침 북새에 냇가에 소 매지 말고 저녁 북새에 외아들 배 태우지 마라.

·구름발 사이에 따로 푹 솟아나는 구름이 있으면(그 방향에서) 샛바람이 분다.

·(거문도 북서쪽의) 여사도 산 위로 작은 구름이 생기면 하늬바람이 분다.

·마파람은 후레들놈 바람(후레아들놈 바람 : 금새 비가 오다가 또 개인다는 뜻)

·정이월 높새바람 돌 끝마다 눈물난다.(그만큼 춥다)

오늘날도 서도리 주민들은 첨단 기술에 의한 일기예보를 일부 참조하면서도 전통적으로 도서 사회에서 경험적으로 판단해 오던 이들 민속 지식들을 결코 버리지 않고 있다. 아직도 매년 정월 보름날에는 산 위에 올라가 ‘새벽 몰 보기’(‘몰’은 마을을 의미)를 통해 그 해의 어장과 농사를 예측한다. 이는 마을 제관이 목욕재계하고 산 위에 올라가 마을을 보며 안개의 움직임, 배치, 동물들의 움직임 등을 관찰하고 한 해의 수확을 점치는 행사이다.

이렇듯 일기에 관한 관심은 섬 주민들로서는 최대의 생활 관심일 수밖에 없으며 일기의 좋고 나쁨은 생활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조업이나 농사를 방해하고 때로는 인명까지 위협하는 마파람과 서마파람은 미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오늘날을 사는 주민들의 전통적 경험적 일기 지식에 관한 관심도가 이 정도이고 보면 첨단 과학의 혜택을 누릴 수 없었던 옛날의 서도리 사람들의 민속 일기 지식에 대한 신뢰도를 짐작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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