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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숨은 비경 - 은적암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3C010202
지역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집필자 박종길

은적암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중봉산[천왕산] 중턱에 있으며, 1195년(명종 25) 보조국사가 지금의 돌산읍 남면 금오도송광사를 짓고 잠깐 쉬어 가는 곳에 세운 사찰이다. 암자 뒤편에 있는 바위가 병풍을 두르고, 주변에는 소나무와 후박나무, 동백나무 숲이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다.

밤이면 계곡에 물 흐르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산사를 감싸고 있는 숲은 풍수지리상 기운을 감추기 위한 비보를 위해 조성했다고 전해지는데 절 이름 ‘숨을 은(隱)’자와 ‘고요할 적(寂)’자에 걸맞게 가까운 도로에서도 보이지 않는 숨은 절이다.

은적암에는 주불전인 대웅전을 비롯하여 관명루·칠성각·요사체가 있다. 대웅전은 3칸 건물로 지붕은 팔작집인데 오른쪽은 맞배지붕으로 처리하였다. 은적암에는 승려 봉린이 그린 붉은 색 바탕에 노란색 선으로 된 아미타삼존탱화가 있다.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관음보살과 지장보살 그리고 가섭과 아난존자만 등장시킨 단조로운 그림이다.

화면의 넓은 여백을 구름으로 채웠고 가섭과 아난을 좁은 공간에 끼운 듯하여 그다지 어울리지 않으나 구름을 수묵으로 나타내었으며 옷매무새를 그린 필법이 특이하다. 또한 지장시왕탱화는 중앙에 지장보살을 두고 앞과 좌우에 지장보살을 보좌하는 도명존자와 무독 귀왕, 그리고 좌우에 십대왕, 판관 2위, 귀왕 2위, 사자 2위, 장군 2위, 동자 2위로 구성된 일반적 양식의 탱화이다.

칠성각은 수명장수의 신인 칠성신을 봉안한 전각으로 우리나라 전통 신앙과 관계 깊은 건물이다. 칠성신은 오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신으로, 아이의 수명을 연장시켜 준다고 해서 민간에서 널리 숭배되었다. 본래 도교에서 모시던 신으로 처음에는 단순히 사찰의 수호신으로 받아들여졌다가 훗날 본래의 모습을 되찾으면서 칠성각이란 건물까지 만들어져 숭배되기에 이르렀다.

칠성신은 각자 맡은 바가 있어서 ‘탐랑’은 자손들에게 복을 주며, ‘거문’은 장애와 재난을 없애 준다. ‘녹존’은 업장을 소멸시켜 주며, ‘문곡’은 구하는 바를 모두 얻게 해주고, ‘염정’은 백 가지 장애를 없애 주고, ‘무곡’은 복과 덕을 두루 갖추게 하며, ‘파군’은 수명을 연장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민간에서 칠성신을 숭배해 온 것은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것은 물론 비를 내리는 신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칠성신은 재물과 재능을 주는 신으로도 믿어졌다. 따라서 농사가 잘 되기를 빌거나 출세를 원할 때 칠성신께 빌곤 하였다. 하지만 단순히 북두칠성만을 모신 것이 아니라 불교와 결합되어 삼존불과 함께 7여래, 도교의 칠성신을 함께 모시는 것이 대부분이다.

은적암 칠성각에는 탱화가 있는데, 중앙에 치성광불(熾盛光佛)을, 그 무릎 좌우에 일광보살·월광보살을 배치하였으며, 그 옆으로 칠성여래가 그려져 있다. 오른쪽에 관을 쓴 이가 자미대제이며, 다시 좌우 가장자리에 배치한 성군은 좌우 보필성이다. 그리고 앞줄에는 북두칠성을, 다시 위쪽 구름 위로 좌우로 동·서 두 칠성을 배치하였고, 창공에 있는 칠점성좌가 남두칠성이니, 모두 28개의 별을 표현한 것이다.

또한 금암 천여(天如) 성모(불화를 그리는 사람을 뜻함)가 산신을 그린 탱화는 품격은 있으나 많은 부분의 색깔이 변하였고, 연대를 알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산신은 지팡이에 경전을 묶어 들고 있으며, 가슴을 헤쳐 배를 내놓고 큼지막한 호랑이를 탄 모습이다. 좌우에 동자 둘이 호위하고 그 앞에 신장이 칼을 집고 서 있는데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

은적암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나온 상량문에 따르면 1656년(효종 7)에 건물을 새로 지었고, 1776년(영조 52) 11월에 부서진 재목을 다시 모아 이듬해인 1777년(정조 1) 1월 24일 상량을 했다. 이 불사에 참여한 사람들로 본진사도주(本鎭使道主) 수군절제사(水軍節制使) 최도민(崔道敏), 전 별장 옥필흥(玉弼興), 박세보(朴世輔) 등이 기록에 나타난 것으로 보아 돌산 방답진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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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적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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