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71012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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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歲時風俗 |
영어공식명칭 | Traditional Seasonal Customs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충청남도 아산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효경 |
[정의]
충청남도 아산시 주민들이 일 년을 단위로 절기, 명절 등 특별하게 기념하는 날에 반복적으로 베푸는 행사.
[개설]
전통적으로 시간과 때를 파악하는 역법(曆法) 체계는 태양태음력(太陽太陰曆)으로, 태양의 변화를 15일 간격으로 하여 절기(節氣)를 설정하여 계절의 변화를 기준으로 생업인 농업의 절기로 삼는다. 태음력은 달의 형태 변화로 한 달을 단위로 하는 생활문화의 기준이 된다. 이러한 역법 체계에 따라 일 년을 단위로 절기나 초하루와 보름 등의 삭망일(朔望日), 오랜 전통에서 민족적 지역적 정서에서 중시되어 온 명절(名節) 등이 반복적으로 순환되며 세시풍속을 만든다. 세시풍속은 우리 삶에 생기를 북돋우고 활력을 주는 생활의 리듬으로, 시식(時食), 의례, 놀이, 점복, 기풍, 예축, 절식 등에 지역적 특성이 담겨 전승된다.
[정월 세시풍속]
정초(正初)는 한 해의 시작이므로 삼가고 근신하는데, 이때는 앞으로 펼쳐질 일 년의 운수를 점(占)치고, 집 안으로 복(福)을 끌어들이고자 복조리를 사서 집 안에 매단다. 액(厄)을 예방하고자 대문에는 엄나무를 걸고, 집안의 평안을 위해 안택고사를 지낸다. 정월에는 한 해의 액운을 막기 위한 의례가 다수이다.
아산시의 대표적인 대보름 행사로는 외암리의 줄다리기와 불싸움, 갈산리의 줄다리기, 백석포리의 두레기 세우기, 신통리 마을의 노적가리 세우기 등이 있다. 먼저 외암리의 줄다리기는 1970년대 초반까지 전승되었다. 정월대보름 낮에 마을 사람이 모두 모여서 줄다리기를 하는데, 줄을 만들 짚은 가구별로 갹출하며, 약 일주일 동안 줄을 꼬아 완성한다. 길이는 80~100m 정도로 외줄로 만든다. 마을 길을 중심으로 아랫말과 윗말로 편을 나누며, 마을 주민이라면 남녀노소 모두 참여한다. 긴 마을 길에 줄을 놓고 줄을 세 번 당겨서 두 번 승리하면 이긴다. 줄다리기를 마친 후에는 줄을 가져가기도 하지만 그 자리에서 썩혀서 거름으로 만든다.
당시에는 줄다리기를 끝낸 뒤에 동네 대항으로 불과 돌을 던지며 싸웠다. 대보름 밤에 외암리와 개울을 경계로 한 역촌리와 돌싸움과 불싸움을 했다. 주로 십 대 청소년들의 놀이로, 돌에 맞아서 머리를 다치기도 하고, 불방망이가 날아와 불이 붙기도 했다. 이러한 싸움은 동네 간의 위세 싸움으로, 역촌리 사람들은 "외암리 아이들 건들지 마라, 불방망이가 여기까지 날아오더라"라며 당시를 기억했다. 이때 마을 처녀들은 대보름달이 비치는 동네 마당이나 공터에서 강강술래를 했다.
갈산리의 줄다리기는 1940년대까지 했다. 보름날 아침에 각 가정에서 거둔 집 수십 동[한 동이 오십 단]으로 새끼줄을 꼰다. 여러 개의 새끼줄을 꼬아서 굵게 동아를 틀고, 동아줄 여러 개를 뭉쳐서 원줄을 만든다. 원줄은 암줄과 수줄로 두 개로 만들어 끝을 둥글게 말아서 만들며, 수줄을 암줄의 구멍에 끼우고 그것이 빠지지 않도록 비녀목으로 질러 둔다. 원줄 사이사이에 샛줄을 늘여서 그것을 잡고 줄을 당긴다. 저녁이 되면 마을 입구 쪽 도로에 길게 줄을 늘여 두고 남자와 여자로 편을 나누어 줄을 당긴다. 이때 혼인하지 않은 총각은 여자 편에 속한다. 세 번을 당겨 먼저 두 번을 이기면 승리한다. 남자 편이 이겨야 좋다고 한다.
백석포리에서는 음력 정월 보름에 잡귀를 예방하기 위해 마을마다 두레기를 마을 입구에 세운다. 인근 마을에서는 자신의 마을 기를 앞세우고 백석포리기 앞으로 세배를 하러 온다. 이 행사 역시 1970년대에 이미 소멸하였다. 충청남도 아산시 도고면 신통리 통미마을에서는 노적가리를 만든다. 이것은 다른 서산시, 태안군, 예산군 등지에서 베풀어지는 볏가릿대 세우기와 유사한 것으로 아산시에는 이 마을에서만 확인되었다. 대보름날에 마을 공터에 노적가리를 세운다. 이 안에 곡식과 떡을 넣고 노적가리 앞에서 고사를 지낸다. 이곳에 모인 주민들은 제사를 마치고 풍물을 치면서 한바탕 놀이판을 벌인다. 이처럼 노적가리를 세우는 것은 주민들이 화목하고 무병장수하라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대보름 저녁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달맞이를 한다. 외암리 마을에서 청소년들은 마을에서 제일 높은 산의 정상에 올라가 나무를 모아서 불을 밝히고, 짚단이나 깻단을 나이 수대로 묶고 거기에 불을 붙여 달을 향해 돌리면서 달에게 절을 하며 소원을 빈다. 각 가정에서는 대보름 저녁달을 맞아들인다는 의미로 마당에서 장작불을 피우거나 집의 용마루에 깃대를 만들어 꽂아 놓는다. 깃대는 삼각형으로 오린 문종이를 30㎝의 대나무나 싸리나무 쪼갠 가지에 붙여서 만드는데, 세 개 혹은 동서남북에 각기 한 개씩으로 네 개, 다섯 개 등으로 형편에 따라 매단다.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지는데, 그것으로 액운이 사라진 것으로 관념한다.
정월대보름에 농기(農旗)를 마을의 공터에 세운다. 농기는 일꾼들의 생일이라는 이월 초하루에 쓰러뜨린다. 신풍마을에서는 보름날 세워 둔 노적가리도 쓰러뜨리고 술과 음식을 장만해서 동네잔치를 벌인다. 이월 초하루에 이처럼 농기와 노적가리를 허무는 것은 이후로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해야 하므로 마지막으로 즐겁게 한바탕 놀라는 의미라 한다.
대보름 밤에는 소의 목에 ‘오여산내끼’[왼쪽으로 꼰 새끼]에 복숭아 가지를 끼워서 건다. 충청도에서 가장 큰 예산저수지와 관련해서 특별한 전설이 전한다. 예산저수지에 얼음이 얼면 다섯 방위(方位)를 관장하여 지키는 수호신인 ‘오방신장(五方神將)’이 충청도에 있는 소의 영혼을 불러서 얼음을 모두 뒤집어 놓는데, 이는 농사에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함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정월 열엿샛날 아침이면 소의 등이 땀에 흠뻑 젖어 있다. 집안일에 힘을 써야 하는 소의 영혼을 데리고 가지 못하도록 목서리[소를 묶어 놓기 위해 목에 두른 끈으로, 소 멍에라고도 함]를 건다. 이 지역에서는 열엿샛날 아침에 "다른 집의 소는 등이 축축했는데, 우리 집의 소는 괜찮았어!"라는 이야기를 한다.
[2월 세시풍속]
2월 초하룻날은 ‘머슴의 날’로 간주하여 나이떡으로 송편을 빚어 나이 수대로 먹는다. 2월뿐만 아니라 다른 달의 초하룻날은 특별히 중시하므로 여자들이 처음 들어오면 재수가 없다고 하여 가능하면 초하룻날에 남의 집에 가지 않으려 한다. 초하루나 보름에 좀생이별과 달과의 거리를 보아 풍흉을 점친다. 좀생이별이 입에 닿을 정도로 거리가 가깝다면 그해에는 풍년이 들어 식복이 있을 것으로 점친다. 좀생이별이 달보다 앞서 가면 그해 먹을 것이 없을 정도로 흉년이 들고, 달의 뒤에 멀리서 따라가면 먹을 것이 남도록 풍년이 든다고 한다.
[3월, 4월, 5월 세시풍속]
3월에는 마을에 있는 느티나무의 잎 피는 것을 보고 그해 비의 양을 점친다. 정자나무 잎은 나무의 꼭대기부터 피어서 내려오거나, 밑에서부터 피어서 올라가거나, 아래·위가 골고루 핀다. 이 중 위와 아래 구분 없이 골고루 피면 물의 양이 넉넉할 것이라 예견하고, 잎이 위부터 피면 비가 늦게 올 것이라 예견하고, 밑에서부터 피면 비가 일찍 온다고 추정한다.
4월에는 한식(寒食)에 서리가 오면 땅이 석 자 세 치가 탄다고 하여 가뭄을 예고한다. 이날은 고초일이라고 하여 씨를 뿌리면 새가 까먹는다고 하여 씨를 뿌리지 않는다. 까치는 입춘 때부터 양력 4월 초까지 집을 짓는데, 이즈음에 까치집을 보고 바람을 점친다. 까치집의 입구가 난 쪽으로는 바람이 불지 않는다고 여긴다. 이즈음에 쑥을 뜯어 보아 쑥 뿌리에 붙은 좁쌀만 한 것의 개수를 본다. 한두 개가 달려 있으면 소나기와 비가 많이 오고, 뿌리에 아무것도 달려 있지 않으면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 예측한다.
5월 단오는 특별한 의례를 베풀지 않는다.
[6월, 7월 세시풍속]
6월에는 유두 차례를 지낸다. 밀을 수확해 밀국수를 준비해 조상께 천신한다. 마을이나 가정에서는 농신제를 지내며 곡식의 신령인 신농씨에게 논두렁이 무너지지 않고, 바람이 불어도 벼가 쓰러지지 않고, 논에 두더지도 없기를 바란다.
7월에는 대표 명절인 칠석과 백중이 있다. 칠석에는 가정마다 오전에 자손의 무병장수와 소원성취를 기원하며 칠성맞이 고사를 지낸다. 시루떡과 청수를 마련해 장광에 놓고 치성을 드리거나 서낭당이나 절에 가서 치성을 드린다. 칠석날은 아침 일찍 논에 나가지 않는다. 이날은 ‘곡식의 총결산을 보는 날’이므로 미리 논일을 마무리해 두어야 결산을 볼 수 있으므로 논일을 서둘러 마친다. 이날까지 논일을 하면 수확량이 준다고 하는데, 이는 칠석 즈음이 되면 논일이 모두 끝내야 소출을 거둘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백중 즈음이 되면 논농사는 추수만을 앞두게 되므로 일꾼들의 노고를 위로하며 하루를 놀며 잔치를 벌인다. 백중은 ‘일꾼의 생일’이라 하며, 농사의 풍흉을 판가름하기도 할 정도로 농사가 마무리되었기에 ‘호미씻이’를 행하는 것이다. 호미씻이의 시기는 마을마다 다르다. 백석포리는 두레패 성원이 스무 명인데, 일을 할 때마다 스물세 명으로 임금을 산정해 세 명 몫의 임금은 별도로 관리했다가 호미씻이를 할 때 사용한다. 호미 사용이 끝났으니 이를 씻는다는 뜻에서 ‘호미씻이’라고 하며, 두레 작업을 끝내고 먹는 것이라 하여 ‘두레 먹기’라 부른다. 한 집을 선정해 음식을 마련하도록 해서 잔치를 연다. 논매기 철에는 김매기 일꾼들을 상징하는 두레기를 들고 다니며 기싸움[두레기싸움]을 하곤 했다.
[8월, 9월, 10월 세시풍속]
8월의 대표 명절은 추석으로 햇곡식으로 밥과 송편을 만들어 조상께 차례를 올린다. 9월은 추수를 위해 일손이 바쁘므로 특별히 행하는 것은 없다.
10월은 ‘떡달’이라 하여 중시했다. 햇곡식을 수확했으니 조상에게 감사하는 마음에서 떡을 만들어 천신하고, 집 안의 신령인 성주, 터주, 조왕, 문간 등에도 조금씩 가져다 둔다. 정월에도 고사를 지내지만 시월 떡달 고사가 훨씬 크다. 11월에는 밤의 길이가 가장 긴 절기인 동지(冬至)가 드는데, 동지가 초승에 들면 애동지라 하고, 중순에 들면 중동지라 하고, 말일경에 들면 노동지라 한다. 팥죽을 쑤면 대문과 집 안 곳곳을 돌며 조금씩 뿌려 집 안으로 드는 액운을 막는다.
[11월, 12월 세시풍속]
절기상 동지(冬至)는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로, 이 날이 지나면 나이도 한 살을 더 먹는다고 관념했다. 섣달에는 그믐날에 모든 의례가 집중되어 있다. 한 해를 무사히 보냈음을 기념하며 웃어른께 묵은세배를 지내고, 액이 물러나고 밝은 기운이 집 안에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 안 곳곳에 불을 밝힌다. 또한 액을 막기 위해 집 안에 소금을 뿌리거나 방에 부적을 붙인다.
[윤달 세시풍속]
윤달[閏月]은 흔히 ‘썩은 달’이라고 하는데, 이 달에는 신주를 거꾸로 세워도 탈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아무런 해가 없는 달이다. 윤달이 들면 평소에 미루어 두었거나 날을 받아야만 하는 일을 행한다. 집 안 시설물 중 부서진 것을 고치거나, 죽음과 관련해서 미루어 두었던 일을 한다. 또 윤달이 드는 해에 초파일에 사찰 세 곳을 들러 불공을 드리면 집안이 평안하다고 한다.
[놀이]
대표적인 대동놀이로는 음력 정월대보름 날의 줄다리기와 돌싸움, 불싸움 등이 있다. 아산시 외암리와 역촌리에서는 줄다리기를 마을별로 하고, 줄다리기를 끝내고는 십 대 소년들이 주동이 되어 동네 대항으로 돌싸움과 불싸움을 했다. 이러한 놀이는 1960년대에 이미 중단되었다.
아이 놀이로는 삼월의 버드나무 가지로 부는 호드기 불기, 여자들의 놀이인 풀각시 놀이, 춘양 아씨 놀리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