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9017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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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칭/별칭 | 제야,제석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전라북도 순창군 팔덕면 덕천리|금과면 매우리|동계면 구미리|유등면 건곡리 |
집필자 | 황금희 |
[정의]
전라북도 순창 지역에서 음력 12월 30일에 행하는 풍속.
[개설]
섣달그믐은 수세(守歲)와 납향, 묵은세배 등이 가장 큰 행사인데,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로 전해 내려오는 세시 풍속이다. 섣달그믐에는 설을 맞이하기 위해 목욕을 하고, 집안 청소를 한다. 또한 설빔을 마련하는데 형편이 좋은 사람은 새 옷으로, 어려운 사람은 헌 옷을 깨끗하게 빨아서 준비한다. 또 차례를 지내기 위해 형편에 따라 여러 가지 제물을 장만한다. 또한 섣달그믐은 해를 넘기지 않고 빚을 청산하기 위해 빚 갚기를 하는 날이다.
[연원 및 변천]
조선 시대에는 섣달에 들어서면 이조와 병조에서 죄가 있는 벼슬아치를 적어 왕에게 올리는 일이 있었다. 이를 ‘세초(歲抄)’라 하는데, 이에 따라 강등하거나 서용하였다. 또한 동짓달로부터 셋째 미일(未日)인 납일(臘日)에는 그해에 지은 농사와 관련된 일이나 벌어진 일들을 묘와 사당에 고하면서 제사를 지냈다. 이를 ‘납향’ 또는 ‘납향제’라 한다. 이날 아이들이 새를 잡아먹으면 병이 없어진다고 해서 참새 등을 잡아먹기도 했다. 그리고 총으로 잡는 새는 약이 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사냥을 다니는 풍습이 있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인가에서는 다락·마루·방·부엌 등에 모두 등잔을 켜 놓는다. 흰 사기 접시 하나에다 실을 여러 겹 꼬아 심지를 만들고 기름을 부어 외양간, 변소까지 환하게 켜 놓으니 마치 대낮 같다. 그리고 밤새도록 자지 않는데, 이것을 수세(守歲)라 한다. 이는 곧 경신을 지키던 유속이다.”라고 하였다. 등불을 켜 놓는 수세의 풍습은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의미로 우리나라에 역법이 들어온 이래 지속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양력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집에서 TV를 보면서 제야의 종소리를 듣거나 해넘이 또는 해돋이를 보러 가는 집도 있지만 요즘은 ‘수세’라든지 섣달그믐과 관련된 풍습은 거의 행하지 않고 있다.
[절차]
섣달그믐은 한 해를 정리하고 설을 준비하는 날이다. 집집마다 쑥떡, 시루떡, 인절미, 콩떡 등 떡을 찌고 나물과 차례 음식을 만든다. 집안 청소와 목욕을 하고 설빔도 준비한다. ‘묵은세배’도 섣달그믐의 중요한 행사이다. 즉 일 년의 마지막 날에 새해에 세배하듯 집안의 웃어른이나 이웃 어른들을 찾아뵙고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 따라서 이날을 ‘작은설’이라고도 한다.
이날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므로 그해의 모든 빚을 청산한다. 즉 빚을 갚고, 또 빚을 받으러 다니기도 한다. 그해 빌린 돈이나 빌려온 연장과 도구들을 꼭 갚아야 한다. 또한 집에 남은 밥을 모두 먹고, 바느질 등 그해에 하던 일을 이날 끝내야만 했다. 묵은해의 모든 일을 깨끗이 정리하고, 경건하게 새해를 맞이하기 위하여 생겨난 풍습이다.
섣달그믐 밤에 방, 뜰, 부엌, 곳간, 변소 할 것 없이 집안 구석구석에 불을 밝혀 놓고 잠을 자지 않는다. 이는 잡귀의 출입을 막기 위함이고, 부뚜막 솥 위에 불을 밝히는 일은 조왕신을 위한 것이다. 이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고 하여 밤새도록 윷놀이를 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밤을 새운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동지를 쇠고 나서 섣달은 ‘죽은달’이라고 하는데, 이는 ‘공짜달’이라는 뜻이다. 이사도 많이 가고, 재수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달이라고 한다. 섣달그믐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 액운을 쫓기 위한 행사를 하는데, 마을에서는 걸궁굿을 치고, 집에서는 댓불피우기를 했다. 이날 잠을 자는 사람은 눈썹이 하얗게 변한다고 해서 아무리 졸려도 꼬박 밤을 새운다. 신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또 이날 잠을 자면 굼벵이가 된다는 속설도 있다.
금과면 매우리에서는 섣달그믐에는 온 가족이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이렇게 청소를 하고 나면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 동계면 구미리 귀주 마을에서는 섣달 그믐날 집안 구석구석에 불을 켜 두었는데, 새해가 돌아오니 항상 밝고 좋기를 바라는 뜻이다. 섣달그믐과 정월 대보름에는 눈썹이 희어진다고 잠을 자지 못하게 했다.
팔덕면 덕천리 태촌 마을에서는 그믐날 저녁에 닭이 울면 동네 처녀가 바람나고, 자정이 넘어서 울면 재수가 있다는 속신이 있다. 섣달그믐에는 집안 구석구석 부엌에도 불을 켜 놓고 장광에도 불을 켜 두었다고 한다. 그밖에 마을에 따라서 섣달그믐에 걸궁굿을 치는 곳도 있다. 유등면 건곡리 학촌 마을에서는 섣달그믐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큰 새끼줄을 꼬아서 당산나무 앞까지 지고 가면서 「그네 줄 들이는 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