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5013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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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미역 | The Foods from Mountain and Sea of Ulleungdo |
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상북도 울릉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여수경 |
[개설]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울릉도의 음식들은 무엇보다 신선한 식재료에서 나오는 음식 자체의 신선함을 으뜸으로 꼽는다. 그러나 울릉도 음식 하면 뭐니뭐니해도 소박하고 서민적인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험준한 자연환경에 맞서 삶터를 일군 개척민들의 근면성과 검약 정신이 고스란히 묻어난 울릉도의 향토음식들에는 어떤 기교나 모양새 없이 오직 식재료에서 나오는 신선함과 손맛이 묻어난 소박함이 담겨져 있다. 특히 이것들을 맛보지 않았다면 울릉도를 제대로 돌아본 것이 아니라는 말도 떠도는 산채비빔밥과 울릉약소 고기, 홍합밥, 오징어, 호박엿 등은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다 하여 울릉오미(鬱陵五味)라고 불린다.
[울릉오미 첫 번째-산채비빔밥]
산자락이 깊다 싶은 지역에서 대표적인 먹을거리로 꼽히는 게 산채 요리이지만 울릉 지역에서 나는 산채는 육지의 것과 확연히 구분된다. 울릉 지역 산채들은 이른바 약초라고 불리는 것들로, 비닐하우스에서의 인위적 재배가 아닌 울릉도의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그리고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 소금기 섞인 해풍 등에 자연 건조되어 그 맛과 향에서 탁월한 차이가 난다. 울릉도의 많은 산나물 중에서도 대표적인 전호, 취나물, 부지갱이, 삼나물, 명이, 고비, 땅두릅 등은 육지의 것과는 구분되는 울릉도의 특산물로 알려져 있다.
바디나물, 사약채, 향채 등으로도 불리는 전호는 미나리과의 식물인 섬바디와 비슷하게 생겼다. 울릉도에서는 대체로 12월 경부터 싹이 돋아나기 시작하여 1월 말이나 2월 초순 경에 뜯어서 나물을 해먹는데, 향미가 독특하지만 저장성이 떨어져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표적 식물이다. 산채비빔밥의 재료 외에 샐러드로 해서 먹기도 한다.
울릉도에서 나는 취나물은 육지의 참취와는 구분되는 미역취이다. 육지에서 자생하는 취보다 잎이 훨씬 커서 큰미역취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울릉도 산채나물 가운데 비타민A의 함량이 가장 높아서 피부를 매끄럽게 해주고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며 시력을 좋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른 봄부터 채취가 가능하여 서너 차례 채취할 수 있는데, 이중 초벌 채취한 나물은 곧장 육지의 시장에 출하하며, 두벌 이후의 것들은 삶아서 말린 뒤 저장하여 비밤밥 재료로 넣어 먹는다.
섬쑥부쟁이의 울릉도 방언은 부지깽이이다.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섬쑥부쟁이는 이른 봄에서 3월에 채취하는데, 향이 아주 좋다. 씹으면 쫄깃쫄깃하고 쇠고기맛이 난다고 해서 고기나물이라고도 불리는 삼나물은 강원도 이북의 고산지대에서도 자생하지만 대량으로 자생하는 곳은 울릉도뿐이다. 고비는 고사리와 같은 양치식물로, 이른 봄에 돋아난 새싹을 삶아서 말린 뒤 나물로 만들어 먹는다.
[울릉오미 두 번째-산채와 약초를 먹고 자란 울릉약소]
울릉도의 자생 산채와 약초를 먹고 자라난 울릉약소는 육질이 좋고 약초 특유의 향과 맛이 육질에 배어 있어 영양이 풍부하며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육질이 좋아 육지산 소보다도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 울릉약소는 근육질의 붉은 빛이 육지의 쇠고기보다 선명하고 지방질의 빛깔은 약간 누렇다. 또한 약초 특유의 향기와 맛이 배어 있어 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산채와 약초만을 먹고 자라서 배합 사료로 기른 육지의 소와는 달리 육질이 비교적 질긴 편이다. 육지의 ‘입안에서 살살 녹는 고기맛’에 익숙한 관광객들 중에서는 울릉약소의 질긴 육질에 “맛이 그저 그렇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한두 번 먹다 보면 질기지만 씹을수록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나며, 고기 속에 은은하게 배어 있는 약초 향기가 좋다는 평을 내린다.
울릉약소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을 따라야 한다. 울릉약소는 본래의 고기맛을 살리기 위해 절대 양념이나 숙성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갓 잡은 생고기를 되도록 얇게 썰어 살짝 익혀 먹는 것을 최고로 치는데, 오래 구우면 오히려 고기가 단단하고 푸석해지므로 불판에 닿자마자 바로 집어먹어야 한다. 특히 울릉도 특산물의 하나인 명이절임에 싸먹으면 고기의 잡냄새를 씻어 주어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고 한다.
[울릉오미 세 번째-버릴 것 하나 없는 울릉도 오징어]
울릉도 오징어는 연근해, 또는 원양어업에서 어획되는 오징어와는 달리 울릉도의 청정 지역에서 어획되기 때문에 중금속 등이 함유되어 있지 않은데다, 한류를 따라 움직이는 오징어 떼가 울릉 근해에 도착할 무렵이 되면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올라 육질이 두텁고 맛이 고소하며, 씹을수록 약간의 단맛이 난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 오징어보다 선도(鮮度)가 좋고 맛이 깔끔하며, 오징어의 풍부한 영양과 맛이 살아 있다고 한다.
울릉도 오징어 맛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역시 회로 먹어야 한다. 오징어잡이 배가 많이 드나드는 도동항과 저동항의 노점 또는 횟집에서 갓 잡은 오징어를 회로 먹는다면 오징어를 가장 기본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육지에서는 부패하기가 쉬워 요리하지 않는 오징어 내장을 이용한 오징어내장탕이 있다.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들 중에는 오징어내장탕의 맛을 잊지 못하여 다시 들어온다고 할 정도로 구수하고 시원한 맛을 자랑한다.
오징어는 잡은 뒤 하루나 이틀쯤 지나면 나쁜 맛과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과 비린내의 주성분인 트리메탈아민 등이 생성되어 맛과 향이 저하된다. 그러나 울릉도산 건오징어는 대체로 ‘당일바리’라고 하여, 밤사이 잡은 오징어가 항구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배를 가르는 할복 작업과 건조 작업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진다.
울릉 지역에서 만든 건오징어는 귀 부위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는 섬조릿대로 오징어의 귀 부위를 뚫어서 20마리씩 끼운 다음 덕대에 걸어서 말리기 때문이다. 또한 잘 마르지 않는 다리 사이에 울릉도산[등록 제467호]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는 탱깃대를 키워서 미생물의 번식도 막을 뿐만 아니라 고르게 건조시키면서 소비자들에게는 원산지에 대한 걱정까지 씻어 줌으로써 울릉도 하면 오징어라는 지역 상품화에 확실하게 성공하였다고 평가받는다.
[울릉오미 네 번째-홍합밥과 따개비국수]
울릉도의 홍합은 어른 손바닥만큼 큰 것으로, 속살이 붉은 빛을 내며 육질이 쫄깃쫄깃하다. 이 때문에 살이 무른 육지의 홍합이 시원한 국물용으로 요리되는 데 비해 울릉도 홍합은 쫄깃쫄깃한 속살을 즐기게 한다. 겉껍질에 각종 해초와 바다 생물이 붙어 있어 거칠다는 것도 육지 홍합과 다른 점이다. 주로 수심 20m 이상의 비교적 깊은 바다에 서식하는 울릉도 홍합은 해녀들이 잠수를 해서 손으로 직접 채취한다.
울릉 지역 사람들은 홍합을 구이나 전골, 불고기로도 조리해 먹지만,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홍합밥이다. 잘게 썬 홍합을 넣고 갓 지어낸 홍합밥에다 김과 양념장을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홍합밥은 한꺼번에 미리 해두지 않고, 손님이 주문을 하면 밥을 짓기 때문에 20분에서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홍합밥과 유사한 음식으로 따개비국수가 있다. 따개비는 주로 밀물 때마다 물에 잠기는 갯바위나 암초에 붙어 사는 절지동물이다. 직경은 1.5~2㎝쯤 되고 껍데기가 삿갓처럼 뾰족한 원추형으로 생겼다. 육지에서는 따개비를 요리 재료로 쓰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크기가 작고 맛에서도 별다른 특색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릉도 따개비는 육지 따개비에 비해 몸통이 훨씬 크고 육질도 쫄깃하여, 조개류 가운데 가장 비싸고 귀한 전복보다 울릉도 따개비가 더 맛좋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따개비는 홍합밥처럼 밥에 넣어 먹거나, 또는 국물을 이용한 따개비국수를 해서 먹기도 한다.
[울릉오미 마지막-호박엿]
육지에서 울릉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이 오징어와 호박엿이라고 한다.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손에 호박엿 봉지를 들고 입으로는 연신 질겅질겅 씹고 다니는데, 이는 다른 먹을거리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물리지 않는 맛 때문이다. 울릉도 호박엿은 재료에서 만드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육지의 것과는 구분된다.
먼저 호박의 경우 울릉도 호박은 육지 호박에 비해 과육이 두텁고 무겁다. 울릉도 호박엿은 이 호박이 30% 이상 들어가 너무 단단하거나 달지 않는다고 한다. 다음은 제조 과정인데, 육지에서는 옥수수가루에 엿기름을 넣고 삭히는 반면 울릉도에서는 옥수수를 밥처럼 쪄서 자루에 담아 짜낸 뒤 엿기름을 넣고 달인다. 이렇게 하면 훨씬 부드럽게 호박엿을 뽑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손으로 엿을 직접 뽑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엿을 길게 늘였다가 반으로 접는 작업을 수없이 되풀이하여 엿 속에 공기구멍이 무수하게 생기게 하는데, 이 공기구멍이 많을수록 먹기에 좋고 이에 달라붙지도 않는다.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호박엿을 먹고 배를 타면 멀미를 하지 않는다는 말도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개척민의 목숨을 연명케 한 명이]
울릉 지역 식당에서 매끼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반찬이 있다. 울릉도 개척 당시 개척민들의 목숨을 부지시켜 주었다고 하는 명이이다. 초간장에 절이거나 김치로 담그는 명이는 울릉도에서는 빠지지 않는 밑반찬인데, 본래 이름은 산마늘이다.
아직도 인공재배가 불가능하여 순자연산으로만 유통되고, 이른 봄 눈 속에서 돋아난 어린 잎만 먹을 수 있다. 울릉 지역 사람들은 절임이나 김치, 물김치 등으로 해서 김치 대용으로 즐기는데, 특히 고기를 먹을 때 명이절임을 함께 먹으면 명이의 독특한 향이 고기의 잡냄새를 없애고 맛을 복돋워 준다고 한다.
[멀미 특효약-더덕]
울릉도에서 육지로 돌아갈 시간이 되면 항구의 길가 노점상에는 어김없이 더덕이 올라온다. 울릉도의 더덕은 심(心)이 없고 부드럽다. 육지의 더덕은 껍질을 벗긴 뒤 찬물에 담가서 쓰고 아린 맛을 우려내지만, 울릉도산은 그런 과정 없이 바로 구워먹을 수 있을 만큼 쓰고 아린 맛이 없다. 이 때문에 울릉 지역에서는 껍질만 벗긴 생더덕을 먹고 다니는 관광객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울릉 지역 사람들은 우유에 소금 약간과 함께 더덕을 넣고 갈아서 공복에 마신다. 이렇게 마신 더덕은 배멀미를 약화시킨다고 하여, 도동항에서 배가 떠날 시간이 되면 더덕즙을 팔러 나온 상인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