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400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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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전라남도 영암군 |
집필자 | 박종오 |
[정의]
전라남도 영암군에서 한우 갈비와 낙지를 함께 끓여 먹는 향토 음식.
[개설]
전라남도 영암군은 예로부터 쇠고기와 낙지가 유명한 곳이었다. 영암군 독천면 독천 우시장은 함평, 장흥과 함께 질 좋은 한우가 거래되는 최고의 우시장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또한 영암만 개펄에서는 나는 세발낙지도 전국적으로 유명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에 맞게 낙지와 소갈비를 함께 요리해 먹는 것이 독천 갈낙탕이다. 갈낙탕은 육수에 삶은 갈비를 앉히고 밤, 대추, 수삼 등 한약재를 얹어 한바탕 끓인 후 낙지를 넣어 살짝 익을 때 갈비와 함께 먹는 음식이다.
[낙지의 효능]
1814년(순조 14)에 정약전(丁若銓)[1758~1816]이 저술한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낙지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큰 놈은 4~5자 정도이고, 모양은 문어[章魚]를 닮았으나, 발이 더 길다. 머리는 둥글고 길며, 즐겨 진흙탕 구멍 속에 든다. 9~10월이면 배 안에 밥풀과 같은 알이 있는데 즐겨 먹을 수 있다. 겨울에는 틀어박혀 구멍 속에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그 어미를 먹는다. 빛깔은 하얗고 맛은 감미로우며, 회나 국 및 포에 좋다. 이를 먹으면 사람의 원기를 돋운다.[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이면 곧 강한 힘을 갖게 된다.] 소송(蘇頌)에 의하면 문어와 낙지 등은 오징어를 닮은 것으로서 그 차이가 크지만 둘 다 즐겨 먹을 수 있는 생물이라고 했다.
『영표록이기(嶺表錄異記)』에는 낙지는 몸이 작고 다리가 길며 소금에 절여 구워 먹으면 맛이 아주 좋다고 했다. 이 낙지가 지금의 낙제어(絡蹄魚)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소팔초어(小八稍魚)라는 생물은 성질이 순하고 맛이 달며 속명(俗名) 낙제라 했다.[속에 말하기를 낙제어는 뱀과 교합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잘라 보아서 피가 흐르는 놈은 먹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낙지는 스스로 알을 가지고 있다. 반드시 다 뱀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기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낙지는 산뜻하고 담백한 맛과 함께 피로 회복에 좋은 음식이다. 낙지에는 다량의 철분이 함유되어 있어 빈혈에 좋으며, 타우린 성분은 남성의 정력 증강에 좋다. 아울러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역할도 하여 간장 기능 강화 및 성인병 예방에 좋다.
민간에서는 원기 회복을 위해 낙지를 주로 먹었으며, 그 중에서도 발이 가는 세발낙지를 최고로 쳤다.
[질 좋은 한우 공급, 독천 우시장]
독천 우시장은 질 좋은 한우가 거래되던 곳으로 유명한데, 그 유래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犢川里)의 ‘독천장’은 1899년 용산리에 있던 것을 옮겼다고 하는데 그렇게 된 연유가 재미있다.
이 시장의 북쪽에는 묘가 하나 있는데, 그 주인은 영암면 망호리에 사는 사람으로 이곳이 땅의 기운이 왕성한 명당 터라고 하여 묏자리를 썼다고 한다. 그 바람이 헛되지 않아 자손들이 번성했으나 친족들 사이에 자주 간통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지관을 데려다 묘지를 살펴보게 하자, 묘 앞으로 음수(陰水)가 마르지 않고 왕성하게 흘러나오고 있어 그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하려면 묘를 다른 곳으로 옮기든지 아니면 왕성한 음기를 풀어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자손이 번성하고 발복(發福)이 현저한 명당터를 버리고서 다른 곳으로 옮길 수는 없어 집안에서는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음기라는 것은 본래 여성의 기이므로 남성의 기운이 감돌게 하면 여성의 기가 약화될 것이라는 절묘한 해석과 방법이 동원되었다. 그리하여 남자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을 묘 앞에 개설하기로 결정하고 인근 용산리에 있던 오일장을 이곳으로 옮겼는데, 그 뒤부터는 불순한 일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런 유래를 가지고 있는 독천 우시장에서는 소의 다양한 부산물들이 나왔다. 그 재료들을 이용한 음식도 많이 만들게 되었는데, 갈비탕도 그중 하나이다. 소갈비에는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해 회복기의 환자, 산모에게 좋은 음식이다. 다만 기름기를 제거하고 먹어야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을 예방할 수 있다.
[낙지와 한우의 절묘한 만남]
낙지를 갈비탕에 넣어 먹는 기발한 발상은 영암의 독특한 자연환경으로부터 비롯된다. 영암군 독천리 주변은 지금은 방조제로 막혀 있지만, 예전에는 독천리 앞바다에 미암 갯벌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원래 무안군과 신안군 일대의 갯벌은 예로부터 질 좋은 뻘 낙지가 잘 잡히는 곳으로 유명하였다. 미암 갯벌도 좋은 낙지가 잡히는 곳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미암 갯벌에서 질 좋은 낙지들을 캐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바빴다고 한다.
한편 독천리 마을 이름의 첫 글자인 독(犢)은 송아지라는 뜻으로 독천리는 좋은 소를 많이 키워 온 곳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지금도 독천리에서는 소 축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낙지와 소가 풍부하게 생산되는 영암군의 자연 환경에서 낙지 요리와 갈비탕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1970년대에 소 값이 갑자기 폭락하면서 독천리 식당가에 한파가 몰아쳤다. 이때 장사가 잘 안되어 고민하던 한 식당 주인이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요리인 갈낙탕을 선보였다. 따로따로 팔던 낙지와 갈비탕 요리를 하나로 합쳐 만든 갈낙탕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음식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갈낙탕을 내기 전에 아가미젓, 전어젓, 창젓, 세화젓 등 다양한 젓갈과 나물 종류 등 20여 가지 다양한 밑반찬을 먼저 제공한다.
영암의 갈낙탕 국물은 갈비탕 육수로 그 색깔이 우윳빛이 나면서도 살짝 검은빛이 돈다. 무엇보다 개운하고 시원한 국물이 갈낙탕 맛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국물의 첫 맛은 갈비탕 맛이지만 끝 맛이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낙지는 오래 익히면 질기기 때문에 갈낙탕을 먹을 때에는 낙지부터 먹는 게 좋은데, 낙지와 갈비를 함께 먹어도 그 맛이 독특하다. 쇠고기의 질감과 낙지의 부드러움 그리고 국물까지 곁들여 한 입에 넣고 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갈낙탕은 갈비만으로도, 낙지만으로도 낼 수 없는 독특한 맛을 낙지와 갈비가 만나 만들어 낸 독특한 음식이다. 일반 갈비탕과는 달리 낙지의 시원한 끝 맛과 일반 낙지탕에서는 느낄 수 없는 쇠고기의 고소한 맛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영암의 낙지 거리]
영암군 일대 영산강 하구는 우리나라 최대의 갯벌이자 세계적으로 희귀한 생명 자원의 보고였는데, 지금은 간척지 사업으로 그 넓은 갯벌은 논으로 변했고 낙지는 보기 힘들다. 그리고 독천 우시장도 사라져 예전의 명성은 이름만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독천시장을 중심으로 수십여 개 낙지 음식점들이 밀집해 낙지 거리를 이루고 있어 호롱낙지와 갈낙탕 등을 맛볼 수 있다. 낙지 거리는 학산면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현재는 30여 개의 음식점들이 성업 중이며 2010년 ‘음식 문화 개선 시범 거리’로 지정되었다. 이곳에서는 쇠갈비와 낙지를 넣어 만든 갈낙탕 이외에도 연포탕과 낙지볶음, 낙지 무침, 산낙지, 낙지 구이 등 낙지 요리를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다. 포뮬러 원 코리아 그랑프리 개최 등으로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꾸준히 그 수효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