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리 사람들의 생계 활동에서 전통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확연하게 나뉜다. 농토가 별반 없고 농사가 거의 없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남자들은 농사에 대해서 잘 모른다. 밭작물을 중심으로 한 농사는 여성들의 영역이다. 그리고 고기잡이를 하거나 바다 일은 남자들의 영역으로 역할이 구분되어 나타난다.

서도리 남자들은 지게질을 할 줄 모른다고 말한다. 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해본 적이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과거 여자들은 인분을 내기 위해서나 장작을 나르기 위해 또는 밭에 물을 주기 위해 지게를 져야 했지만, 남자들은 바다에서 고기잡이로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최삼례 할머니(89)는 전답이 많은 집안으로 시집와서 물동우를 져다 물을 주던 시절, 물동우를 깨고 시어머니 앞에서 안절부절했던 자기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는다. 이처럼 서도리 여성들의 전통적인 한해살이는 농사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내용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음력 1월부터 2월까지는 보리밭을 매고 똥을 퍼다 보리밭에 비료 주는 일을 한다. 보리밭은 서로 품앗이를 해서 맨다. 한편 틈틈이 길쌈도 한다.

4~5월이 되면 보리와 마늘, 유채 등을 수확한다. 밭농사로 구황작물인 쌀보리와 고구마, 옥수수를 주로 경작하던 이 섬에 1960년대 마늘이 도입된다. 이곳 마늘은 음력 8월 추석 무렵 심었다가 4~5월이 되면 캐낸다. 당시 가격이 좋아 보리를 심지 않고 모든 땅에 마늘을 심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마늘 가격이 폭락하고 1980년대 이 밭에 유채를 심었고, 1990년 이후부터는 맥주보리를 경작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1990년 중반부터 쑥으로 작목이 전환되어 오늘에 이른다.

6~7월이 되면 보리방아를 찧기 위해 품앗이를 했다고 한다. 당시 보리방아를 찧기 위해서는 세 명이 공동보조를 맞춰야 작업이 힘들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품앗이를 했다.

8~9월이 되면 산에 가서 장작을 해다 집안에 쌓는다. 3백 단 이상의 나무를 해야 겨울을 날 수 있었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 품앗이를 해서 베어 놓은 나무를 전부 집안에 옮겨 쌓는 일은 여성의 몫이었다. 그리고 8월 추석 무렵에는 마늘을 심고, 9월이 되면 고구마를 캐거나 밭작물을 걷어 들인 후 보리를 경작한다. 요즈음은 보리를 경작하지 않는 대신 쑥 줄기 치기를 해준다. 줄기를 친 다음 비료 주고 김을 맨다. 비료는 요소를 세 차례 정도 뿌려 주고, 채취는 솎음 방식이다. 바람이 세게 부는 곳에는 그물로 방풍을 해 주는데, 바람에 쑥잎이 노랗게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현재 서도리 주민들은 대부분 논은 묵혀두고 있다. 대신 밭에는 쑥을 심거나 가용으로 먹을 야채나 마늘, 콩 등을 재배하는 경향이다. 쌀은 예전에는 장흥에서 구입해 먹었으나, 지금은 농협을 통해 구입하고 있다.

서도리는 현재 거문도 내에서 가장 많은 쑥을 생산하고 있는 마을이다. 쑥 농사는 고령화된 섬에서 경작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겨울 농한기 동안에 돈을 벌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주민들의 호응을 얻은 작목이다. 생산된 쑥은 여수농협 삼산지소를 통해 대부분 서울로 계통출하거나 바로 여수상회로 보내진다.

쑥은 가격이 좋은 때는 1만 3천원, 가격이 하락하면 5~6천원에 출하된다. 2월 말에는 1~2천원까지 가격이 하락되기도 한다. 이때는 생산량이 많거나 육지산 쑥이 출하되기 시작했을 때이다. 겨울철 쑥을 통해 주민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보통 150~200만원 정도이고, 330㎡(100평)의 쑥을 심었을 경우는 50~60만원 정도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평균 주민의 수입은 80만원 정도이다. 재배 면적은 적은 사람의 경우 100평, 많은 사람은 200~700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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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중인 거문도 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