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3D030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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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전라남도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무성 |
애양원에는 김인권 원장처럼 의사로서 전문성을 갖고 현장에서 생활하면서 장기적으로 자원 봉사하는 분들도 있지만 인근 지역에서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쪼개어 헌신하는 무명의 사람들도 많이 있다. 타지역의 대학생들이나 직장인들도 방학이나 휴가 등에 짬을 내어 봉사 활동을 한다. 아래의 내용은 애양원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나서 소감을 쓴 글이다.
“벌써 팔월이네요. 저는 이번 주에 3박 4일로 애양원에 봉사 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다녀온 지도 벌써 1주일이 지났습니다. 비록 3박 4일이었지만 저에게는 아주 귀중한 체험의 현장으로서 아주 긴 세월 동안 추억으로 남을 순간들이었습니다.
전라남도 여수시에 소재한 애양원에서 머물면서 한센병 환자들을 돕는 활동이었지요. 사실 봉사 활동이라고 보다는 제가 오히려 많을 것을 얻고 제 인생에 많은 의미들을 남길 수 있는 기간이었습니다. 봉사 기간 중 틈을 내어서 인근 순교자들의 자취를 둘러보고 제 종교적인 심성을 키우기도 한 아주 값진 나날들이었습니다.
순교자들의 삶을 통해 현재 외형적으로 비대해지고 세속화된 현대 종교의 문제점들도 직접 현장에서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초기에 문둥병으로 지칭되는 한센병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치료하고 봉사 활동을 했던 외국인 선교사들에 대하여 무한한 감사와 함께 존경심을 느꼈습니다. 자신의 조국에서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음에도 전혀 낯선 이국에서 지쳐 희망 없는 한센병 환자들과 동고동락을 하신 그 분들에게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없는 감사의 마음을 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수는 너무나 좋은 지역이었습니다. 기상대의 발표대로 통영과 함께 전국에서 제일 맑은 날씨가 많아 사람들이 지내기에는 아주 쾌적한 환경이었습니다. 비도 사람들의 활동이 뜸한 저녁에 주로 내렸다가 활동 시간대인 아침에 그치는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엄청난 축복의 땅이었음을 직접 짧은 기간이었지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해산물이 풍부해 먹을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물가도 엄청나게 싼 편이었습니다. 저처럼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구태여 왜 거기서 사는지 고민을 할 수 있는 그러한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이젠 한센병 환자들도 예전처럼 많지는 않아서 머지않아 다른 형태로 병원 역할이 바뀔 것 있음을 비전문가인 저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이 애양원에는 많은 것 같습니다. 기독교에 국한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뜻을 갖고 참여하고 있어서 처음 방문한 저로서는 많은 감동받았습니다.
애양원은 한센병에 걸린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삶의 현장이기에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모습을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일제와 한국전쟁의 와중에서도 애양원은 봉사 정신들이 이어져 왔다고 하니 그 모습이 지금까지도 눈에 선합니다.
지금까지 은혜 속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사시는 것을 보고 어설픈 신앙인으로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저는 애양원에 있는 그들보다 건강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고 한참 젊은 입장에서 그 분들보다 연약하고 희망이나 소망 없이 사는 제 모습이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그곳에서 봉사하신 선교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흔적을 보면서 남을 위해 사는 이타적인 삶의 진정성을 체득하였습니다.”
애양원에는 여수를 포함한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이 찾아든다. 일부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오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과 같이 오는 경우도 점차로 증가하고 있다. 요즘 편하게 자라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삶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의 체험 공간을 확대하자는 부모이자 기성세대로서의 바람도 이곳 애양원에서는 어색하지 않게 살펴볼 수 있다.